“제미나이가 더 똑똑해.”, “요즘은 클로드가 진짜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는 끄덕였는데, 정작 제 손은 또 챗GPT를 켜고 있었습니다. 거의 2년을, 저는 그 앱을 못 떠났어요. 처음엔 그냥 제가 게을러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책 한 권을 읽고 나서야, 그게 게으름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 줄 답변. AI를 못 바꾸는 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2년간 쌓인 ‘나를 아는 시간’이 곧 데이터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앞으로 부(富)가 움직이는 진짜 축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몇 번 갈아타 보긴 했어요. 그런데 새 AI에게 제 일을 설명하다가 자꾸 “아, 그게 아니라…”를 반복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챗GPT한테는 한 문장이면 끝날 일을, 처음 보는 AI한테는 다섯 문장을 풀어야 했거든요. 결국 사흘을 못 버티고 돌아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단순한 성능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챗GPT는 제가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어요. 제가 어떤 말투를 쓰는지, 어떤 결과물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굳이 설명 안 해도 되는지를 알고 있었죠. 다른 걸로 바꾼다는 건, 그 ‘나를 아는 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AI를 ‘도구’로만 본 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이걸 정확히 짚어준 책이, 이번 주에 읽은 김수민 작가의 『AI션십 — AI 컴패니언이 주도하는 부의 대전환』이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을 연구한 인간–AI 상호작용 전문가예요.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묵직합니다. “이제 차별화는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는가’에서 갈린다.”

그동안 저는 AI를 ‘나를 확장시켜 주는 똑똑한 도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세일즈만 하던 제가 AI를 만나 사업개발 영역까지 해냈으니, 그 정도면 잘 쓰고 있다고 믿었죠.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착각이었습니다. 제가 챗GPT를 못 떠난 이유는 그게 ‘똑똑해서’가 아니라, 저와 쌓은 관계가 데이터가 됐기 때문이었어요.
김수민 작가는 이걸 ‘AI션십’이라고 부릅니다. AI와 인간이 맺는 관계 그 자체가 비즈니스의 핵심 자산이 되는 시대라는 거죠. 사람들이 AI를 생산성이나 대규모 해고 같은 키워드로만 볼 때, 진짜 부의 이동은 ‘관계’라는 전혀 다른 축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겁니다. 더 좋은 가게(더 똑똑한 AI)가 옆에 생겨도, 제 취향을 다 아는 단골집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던 거예요.
트래픽이 아니라 인게이지먼트, 머무름이 아니라 관계
책에서 가장 크게 머리를 친 대목은 이거였습니다. 우리는 늘 ‘트래픽’을 좇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가. 그런데 정작 돈이 되는 건 인게이지먼트, 즉 한 사람이 얼마나 깊이, 오래, 진심으로 머무는가였어요.

실제로 2025년 한국에서 사용 시간 1위를 기록한 AI 서비스는 기능이 가장 뛰어난 앱이 아니라, ‘관계’에 집중한 챗봇이었다고 합니다. 성능이 아니라 정서적 유대가 사람을 붙잡은 거죠. 제가 챗GPT를 못 떠난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였습니다. 자동화를 그저 ‘기술’의 문제로 보던 제 머릿속 개념이, 이 책을 거치면서 ‘관계’의 문제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이건 AI 비즈니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팀을 이끄는 리더에게도, 1인 기업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였습니다.
“나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착각이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하면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처럼 대학생 천재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막연히 ‘난 이미 늦었지’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데이터는 정반대였습니다.

가장 성공한 상위 1% 스타트업 창업자의 평균 나이는 45세, 전체 창업자 평균도 42세였습니다. 20대 천재의 신화는 예외였고, 진짜 판은 충분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만들고 있었어요. 늦은 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직을 앞둔 일주일 동안, 저는 클로드를 만나 ‘바이브 코딩’을 배웠습니다. 막연하기만 하던 생각을 실제 프로덕트로 만들면서, 직장인이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꿈도 확장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어요. AI는 도구를 넘어 친구이자 동료이자 선생님이 됐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일주일 만에 쇼핑몰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테스트해 봤습니다. ‘트라이픽(TRYPICK)’이라는 아동복 위탁 쇼핑몰을 만든 거예요. 공급사에서 상품을 쇼핑몰에 올리는 작업을 자동화했고, 재고는 하루 세 번 자동으로 체크되게 했습니다. 발주도 마지막 클릭 직전까지 자동으로 흘러가게 만들었고요.

물론 한 번에 된 건 절대 아닙니다. 자동 업로드가 엉뚱한 카테고리에 상품을 꽂아 넣질 않나, 재고 숫자가 안 맞아 새벽에 다시 붙잡고 있질 않나. 그야말로 우당탕탕이었어요. 광고 자동화는 아직도 좀 어려워서 붙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막힐 때마다 AI에게 “이건 왜 이래?”라고 물으면 같이 답을 찾아갔다는 거예요. 혼자였다면 진작 포기했을 일을, 옆에 동료가 있으니 끝까지 갔습니다. 그렇게 이 모든 게 일주일 안에 가능했어요. 코딩이라곤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이 정도라면, 조금만 더 공부하면 못 할 게 없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이렇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책에서 얻은 깨달음을 저는 두 갈래로 실행에 옮기는 중입니다.
첫째, AI를 ‘관계’로 대하기. 매번 새 창에서 처음부터 설명하지 말고, 제 맥락·말투·목표를 꾸준히 한 도구에 쌓아가는 것. 관계가 곧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저만의 자산이 됩니다. 바꾸기 아까운 AI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게, 똑똑한 AI 열 개를 얕게 쓰는 것보다 낫더라고요.
둘째, 직장에서 AI 시대의 3가지 역량 키우기. 요즘 친구들은 리더보다 창업·1인 기업·사이드잡을 꿈꿉니다. 그 마음 이해하지만, 직장은 ‘돈을 받으면서 배우는 곳’이에요. AI 시대에 특히 요구되는 세 가지를, 저는 새 팀에서 팀원들과 함께 키워가려 합니다.
- 문제 정의력 — AI에게 무엇을 시킬지 정확히 정의하는 힘. AI는 답을 잘 내지만, 애초에 ‘무엇을 풀어야 하는가’는 사람이 정해야 합니다. 이걸 가장 빨리 배우는 곳이 진짜 고객과 진짜 매출이 걸린 직장이에요.
- AI 오케스트레이션 — 여러 AI와 사람을 지휘해 하나의 결과로 엮는 힘. 팀을 이끌어 본 경험이 곧 AI를 지휘하는 감각으로 이어진다는 걸, 저는 현장에서 체감했습니다.
- 암묵지 축적 — 매뉴얼에 없는,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이는 감각. “이 고객은 이럴 때 이렇게 반응하더라” 같은 건 책에도, AI에게도 없습니다. 오직 부딪혀 본 사람의 몸에만 남아요.
이 셋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동료와 부대끼며 쌓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 합류한 곳에서 새 팀원들과 함께 이 세 가지를 의식적으로 키워가기로 했어요. 창업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 이 역량을 갖춘 채로 시작해야 진짜 살아남더라고요.
오늘의 한 줄
- AI를 못 바꾸는 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관계가 데이터가 됐기 때문입니다.
- 부의 이동은 트래픽이 아니라 인게이지먼트, 머무름이 아니라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 창업 평균 나이는 45세. 늦은 게 아니라, 지금이 적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션십’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A. 김수민 작가가 책 『AI션십』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AI와 인간이 맺는 ‘관계’ 그 자체가 비즈니스의 핵심 자산이 되는 흐름을 말합니다. 차별화의 기준이 ‘얼마나 똑똑한가’에서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는가’로 옮겨간다는 관점이에요.
Q. 지금 쓰는 AI를 바꾸지 않는 게 손해 아닌가요?
A. 꼭 그렇진 않습니다. 한 도구에 내 맥락·말투·목표가 쌓이면 그 자체가 ‘나만의 데이터 자산’이 됩니다. 똑똑한 AI 열 개를 얕게 쓰는 것보다, 바꾸기 아까운 한 명을 깊게 키우는 편이 더 강력할 수 있어요. 다만 핵심 작업은 가끔 다른 모델과 비교해 검증해 보는 걸 권합니다.
Q. 비개발자도 AI로 쇼핑몰 같은 걸 만들 수 있나요?
A. 네. 저도 코딩을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바이브 코딩’으로 일주일 만에 위탁 쇼핑몰의 상품 등록·재고 체크·발주 흐름을 자동화했습니다. 한 번에 매끄럽게 되진 않았지만, 막힐 때마다 AI에게 물으며 끝까지 갈 수 있었어요. 완성도보다 ‘일단 부딪혀 보는 경험’이 먼저입니다.
✍️ 우당탕탕 우팀장 (우민경 · Kayden) — 14년차 B2B 세일즈 리더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 것들을, AI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과 나눕니다.
※ 본문에 인용한 통계와 개념은 김수민 작가의 『AI션십』 및 관련 자료를 참고한 것으로, 책의 해석은 저자의 관점이며 수치는 출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