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즘 팀원들은 두 달 만에 그만둘까 — 김주환 『그릿』에서 찾은 리더의 답

카페 창가에서 김주환의 책 그릿을 읽고 있는 여성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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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 자녀가 없는 제가 육아 베스트셀러 『그릿』(김주환)을 읽은 이유는 입사 1~2개월 만에 포기하는 팀원들 때문이었습니다.
  • 성취역량은 인지능력(머리)이 아니라 비인지능력, 즉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힘이 좌우합니다.
  • 그 힘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자기조절력·대인관계력·자기동기력이라는 세 가지 ‘마음근력’으로 만들어집니다.
  • 셋 중 시작은 자기조절력이고, 그 훈련법이 나를 스스로 돌아보는 자기참조과정입니다.
  • 저는 이걸 팀 언어로 번역했습니다. 계획(Plan) → 실행(Do) → 리뷰(Review)를 팀원이 직접, 매주, 꾸준히. 8월부터 저희 팀의 훈련 루틴입니다.

— 14년차 내향형 세일즈 리더 우당탕탕 우팀장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저는 조금 민망했습니다. 표지에도 띠지에도 온통 ‘아이’, ‘부모’, ‘자녀교육’이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저는 자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산대까지 들고 간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요즘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의 답이, 이상하게도 그 책 목차에 다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카페 창가에서 김주환의 책 『그릿』을 펼쳐 읽고 있는 여성 리더
육아서를 든 팀장 — 제 질문의 답은 경영서가 아니라 이 책에 있었습니다.

왜 요즘 친구들은 1~2개월 만에 그만둘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버티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버티는 힘을 만드는 훈련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한동안 이 질문 앞에서 꽤 꼰대였습니다. 00년대생 팀원이 입사 두 달 만에 “이 일이 저랑 맞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할 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해봤는데 무슨 판단을 벌써 해. “왜 이 일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답이 궁했습니다. 14년 동안 저는 그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냥 했고, 하다 보니 잘하게 됐고, 잘하게 되니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커리어의 순서를 그대로 강요하는 게 리더의 일은 아니더군요. 문제는 태도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저는 ‘하다 보니 재미’까지 갔던 사람이고, 그 친구들은 ‘하다 보니’의 구간을 견디는 근육이 아직 없는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근육이 없는 사람에게 “왜 못 버티냐”고 묻는 건, 팔굽혀펴기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에게 왜 100kg을 못 드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사무실에서 고개를 숙인 신입 팀원과 마주 앉아 조용히 바라보는 여성 팀장
“이 일이 저랑 맞는지 모르겠어요” — 입사 두 달 차의 이 말 앞에서,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릿』이 말하는 성취역량은 머리가 아니라 무엇인가요?

결론부터: 인지능력이 아니라 비인지능력입니다. 김주환 교수는 성취를 만들어내는 진짜 변수는 IQ·재능·환경 같은 인지적 조건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하나 정리하고 갈 게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릿’을 앤절라 더크워스의 책으로 알고 계시는데, 김주환 교수는 그보다 앞선 2013년에 이 개념을 국내에서 먼저 정립했습니다. 그리고 12년 만에 뇌과학 연구를 대거 반영해 전면개정판으로 다시 냈습니다. 두 책의 결정적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더크워스의 그릿이 ‘열정과 끈기’라는 성향에 가깝다면, 김주환의 그릿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는 근력입니다. 그래서 책 제목 옆에 늘 ‘마음근력’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GRIT이라는 단어 자체도 이 책에서는 약자로 풀립니다. Growing through Relatedness + Intrinsic motivation + Tenacity — 관계성, 내재동기, 끈기를 통해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이 셋이 곧 세 가지 마음근력, 대인관계력 · 자기동기력 · 자기조절력입니다.

리더 입장에서 이 문장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사람을 뽑는 문제로만 봤거든요. 근성 있는 사람을 잘 골라내는 게 팀장의 실력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전제는 정반대입니다. 끈기는 고르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고, 길러지는 것이라면 그건 채용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입니다. 그건 제 책임 영역이더군요.

리더가 왜 ‘부모’의 자리를 읽어야 하나요?

결론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세상의 첫 인간관계이듯, 리더는 사회초년생에게 조직에서의 첫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아이 곁에 무릎 굽혀 앉은 부모와, 신입 팀원 옆에 몸을 낮춰 화면을 함께 보는 리더를 나란히 비교한 이미지
왼쪽의 ‘부모’를 오른쪽의 ‘리더’로 바꿔도 문장이 그대로 성립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무릎을 치게 한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아이의 편도체를 안정화하려면, 부모의 편도체부터 안정화되어야 한다.” 김주환 교수는 마음근력이 작동하는 뇌 상태를 ‘편안전활’, 즉 편도체 안정화 + 전전두피질 활성화로 설명합니다.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하면 경보를 울리는 부위입니다. 여기에 불이 들어와 있으면 이성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은 전원이 꺼집니다. 사람이 불안하면 판단력이 떨어지는 게 의지 부족이 아니라 회로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 문장에서 ‘부모’를 ‘리더’로, ‘아이’를 ‘팀원’으로 바꿔보십시오. 문장이 그대로 성립합니다. 팀원이 겁먹지 않게 하려면 리더가 먼저 겁먹지 않아야 합니다. 숫자가 밀리는 주에 제가 예민해지면, 팀원의 편도체에도 똑같이 경보가 울립니다. 그 상태의 팀원에게 아무리 좋은 피드백을 줘도 전전두피질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들리는 건 내용이 아니라 온도뿐이거든요.

제가 지난 10년간 팀을 만들며 배운 것도 결국 이거였습니다. 팀은 리더의 전략을 닮는 게 아니라 리더의 평정심을 닮습니다. 저는 그걸 경험으로 알았는데, 이 책은 뇌과학 언어로 다시 설명해줬습니다. 아는 걸 확인받는 독서만큼 실행을 앞당기는 것도 없더군요.

세 가지 마음근력 중 무엇부터 키워야 하나요?

결론부터: 자기조절력입니다. 나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관계도 동기도 오래 유지하지 못합니다.

세 가지 마음근력을 리더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 자기조절력(Tenacity) — 스스로 세운 목표를 향해 자기를 밀고 가는 힘. 감정조절력, 과제지속력, 집중력이 여기 들어갑니다. 팀에서는: 안 될 것 같은 주에도 오늘 할 콜을 끝까지 하는 사람.
  • 대인관계력(Relatedness) —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공감하며 존중하는 힘. 팀에서는: 고객의 진짜 문제를 듣고,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
  • 자기동기력(Intrinsic motivation) — 일 자체에서 재미와 에너지를 얻는 힘, 즉 내재동기와 자율성. 팀에서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해결되는 맛’에 움직이는 사람.

저는 이 중에서 자기조절력이 첫 단추라고 봤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대인관계력과 자기동기력은 상대와 환경이라는 변수가 끼어들지만, 자기조절력은 오직 나와 나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부터 손대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저는 늘 내가 통제 가능한 것부터 시스템으로 만드는 쪽을 택해왔고, 이번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자기조절력은 어떻게 키우나요 — 자기참조과정이란?

결론부터: 나를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 즉 자기참조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게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훈련입니다.

자기참조과정은 말 그대로 ‘나에 대해 생각하는 나’를 작동시키는 일입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무엇을 하려다 무엇을 했는지를 한 발 떨어져 관찰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호흡을 조절하지 않고 그저 알아차리기, 자신을 긍정적인 단어로 묘사해보기, 걷기나 움직임을 관찰하기 같은 훈련법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제가 밑줄을 그은 지점은 ‘훈련법’이라는 단어 자체였습니다. 성찰이 성격이 아니라 훈련이라면,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갈리는 게 아니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이 갈리는 겁니다. 그리고 훈련이라면, 리더가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밝은 사무실에서 팀원의 이야기를 노트를 펼쳐두고 경청하는 여성 리더
성찰은 성격이 아니라 훈련입니다 — 훈련이라면, 리더가 설계할 수 있습니다.

8월부터 팀에 심을 훈련 — 계획·실행·리뷰 루틴

결론부터: 팀원이 직접 계획(Plan)하고, 실행(Do)하고, 스스로 리뷰(Review)하는 사이클을 매주 돌리는 것. 이게 제가 번역한 자기참조과정입니다. 세 가지 원칙만 지킵니다.

  1. 계획은 반드시 본인이 씁니다. 제가 짜준 목표는 제 목표지 그 사람의 목표가 아닙니다. 자기조절력은 ‘스스로 세운 목표’가 있을 때만 작동합니다. 숫자는 제가 주더라도, 가는 방법은 본인이 설계하게 합니다.
  2. 리뷰는 평가가 아니라 관찰입니다. 질문을 바꿨습니다. “왜 못 했어요?”는 편도체를 깨우는 질문입니다. 대신 “이번 주에 계획대로 된 건 뭐고, 안 된 건 뭐였어요? 그때 어떤 기분이었어요?”라고 묻습니다. 잘잘못이 아니라 사실과 감정을 관찰하게 하는 질문이어야 합니다.
  3. 주기를 절대 건너뛰지 않습니다. 근력 운동과 같아서, 한 주 빠지면 그냥 한 주 안 한 게 아니라 습관이 끊깁니다. 30분이어도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자리에서. 강도보다 빈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루틴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성과가 다음 주에 튀어 오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팀에서 이미 한 번 확인했습니다. 사람을 바꾼 건 언제나 대단한 동기부여 스피치가 아니라, 지겹도록 반복한 작은 사이클이었습니다. 저는 이걸 우당탕탕 방식으로 ‘조용한 빌드업’이라고 부릅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근육이 붙고 있는 시간입니다.

WEEKLY REVIEW라고 적힌 화이트보드 앞에서 팀원들과 주간 리뷰를 진행하는 여성 리더
강도보다 빈도 —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자리에서 30분.

이 책을 오해하지 않고 읽는 법

결론부터: 『그릿』은 “더 참아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참을 수 있는 상태를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정신력을 강조하는 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책의 절반 이상은 안정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조건적 지지가 있어야 편도체가 안정되고, 편도체가 안정돼야 전전두피질이 켜지고, 그래야 끈기가 나옵니다. 순서가 안정감 → 끈기이지, 끈기 → 안정감이 아닙니다.

이 순서를 알고 나니, 그동안 제가 던졌던 말들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요즘 애들은 왜 못 버티지”라는 문장은 결과만 보고 원인을 건너뛴 말이었습니다.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준 적 없이 버티기만 요구했으니, 못 버티는 게 당연했습니다. 리더가 먼저 안정돼야 하고, 리더가 먼저 훈련 구조를 깔아야 합니다. 제 책임이 늘어난 건 반갑지 않았지만, 제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생긴 건 반가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김주환의 『그릿』과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은 다른 책인가요?
A. 완전히 다른 책입니다. 김주환 교수는 2013년에 이 개념을 국내에서 먼저 정립했고, 최근 뇌과학 연구를 반영한 전면개정판을 냈습니다. 더크워스가 ‘열정과 끈기’라는 성향에 초점을 둔다면, 김주환은 그릿을 훈련 가능한 마음근력으로 봅니다.

Q. 자녀가 없어도 읽을 만한가요?
A. 저는 오히려 리더에게 더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초년생에게 리더는 조직에서 처음 만나는 인간관계이고, 책이 말하는 부모의 역할이 리더의 역할과 거의 그대로 겹칩니다. ‘부모’를 ‘팀장’으로 바꿔 읽으면 그대로 조직론이 됩니다.

Q. 자기참조과정, 결국 회고랑 같은 것 아닌가요?
A. 형식은 비슷하지만 목적이 다릅니다. 회고가 일을 돌아본다면, 자기참조과정은 그 일을 하던 나를 돌아봅니다. “무엇이 잘못됐나”가 아니라 “그때 나는 어떤 상태였나”를 봅니다. 그래서 리뷰에 감정을 묻는 질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Q. 팀원이 이 훈련을 부담스러워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평가로 느껴지면 무조건 부담이 됩니다. 인사평가와 완전히 분리하고, 기록을 리더가 걷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처음 한두 달은 분량보다 빠지지 않는 것만 목표로 잡는 게 좋습니다.

Q. 정말 두 달 만에 그만두겠다는 팀원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나요?
A. 설득하기 전에 상태부터 봐야 합니다. 판단이 아니라 불안이 말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봐” 대신 “지금 제일 힘든 게 뭐예요?”로 시작하세요. 편도체가 가라앉기 전의 대화는 대부분 설득이 아니라 압박으로 들립니다.


저는 사람을 잘 뽑는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이 자라는 구조를 만드는 리더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게 훨씬 느리고, 훨씬 안 멋있고, 훨씬 오래 걸리는 길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지난 14년 동안 제가 부순 벽들은 전부 그 느린 방식으로 부서졌더군요.

8월부터 저희 팀은 매주 계획하고, 실행하고,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6개월 뒤에 이 글에 후기를 붙이겠습니다. 잘 안 됐다면 잘 안 됐다고 쓰겠습니다. 그것도 자기참조과정이니까요.

리더가 되고 싶다면 Reader하라. 우당탕탕 우팀장은 리더의 현실적인 고민을 책에서 찾은 답으로 풀어내는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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