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말린 회사를 산 남자 — 최태원과 시나리오, 오건영 『부의 갈림길』을 읽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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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 대기업이 망해가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회사는 두 분기 연속 적자였고, 주력인 D램 가격은 바닥을 뚫고 있었으며, 부채비율은 높았습니다. 한때 ‘미국에 팔릴 뻔’했던, 전기료를 아끼려 형광등까지 뽑던 회사였죠. 그룹 경영진조차 반대했습니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너무 심하고, 투자는 밑 빠진 독”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3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기어이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는 세계 최초로 HBM을 양산하며 AI 시대의 주인공, 코스피 시가총액 1위가 되었습니다. 망해가던 회사가 138배로 큰 것입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SK하이닉스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무모한 승부사’라 불렀지만, 저는 다르게 봅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실패한 회사’가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한 ‘시나리오’에 베팅한 것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실패담’을 묻자 ‘시나리오’를 답했습니다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한 최태원 회장이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회장님은 반도체를 비롯해 수많은 결정으로 성공하셨는데요. 예상과 다르게 실패했던 경험은 없으셨나요?”

저는 실패담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요지는 이랬습니다. “이렇게 변동성이 심한 시대에는,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두고 그 상황이 오면 시나리오에 맞게 움직입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하이닉스 인수도 결국 그랬을 겁니다. ‘지금 적자’라는 단면이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은 돌아온다 → 장기 R&D로 기술 우위를 쌓는다 → 언젠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한다는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 위에 베팅한 것이죠. 그리고 그는 20년 전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비법을 계속 찾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원칙을 오래 지키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세우고, 그 원칙을 15년간 지켜낸 결과가 오늘의 SK하이닉스입니다.

리더가 유리 보드에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 의사결정 트리를 그리는 모습

저 역시 그렇게 일하려 합니다. 예전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총동원해 ‘한 번의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은 여러 경우의 시나리오를 미리 써두고 상황에 맞게 실행합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 근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오건영 작가입니다.

이 글은 그의 신간 『부의 갈림길』을 읽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리더와 세일즈가 어떻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를 함께 나누고 싶어 씁니다.

왜 오건영인가 — ‘겉’이 아니라 ‘나비효과’를 읽는 사람

리더가 경제서를 읽으며 노트에 시나리오와 그래프를 정리하는 모습

제가 오건영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부의 대이동』, 『환율의 대전환』 등으로 6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그는, 단기적인 예측이나 유행하는 투자 기법 대신 거시경제의 연결고리를 짚어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경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면서요.

그는 겉으로 드러난 단면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 나비효과로 만들어낼 여러 갈래를 봅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① 현대차가 희토류 재고를 쌓았다 → 그래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현대자동차가 재고를 비축했다는 뉴스. 대부분은 “위기관리 잘했네”에서 멈춥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재고 비축은 곧 ‘적시생산(JIT)’에서 ‘만일 대비(JIC·Just In Case)’로의 전환을 뜻합니다. 재고를 쌓는 만큼 보유 비용이 오르고, 그 비용은 결국 가격에 전가되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기업 하나의 재고 결정이 물가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② 미국의 최대 채권자인 일본·중국이, 왜 미국 눈치를 볼까?
흔히 “돈 빌려준 쪽이 갑”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약 1.2조 달러)과 중국(약 0.7조 달러)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진 채권자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반대에 가깝습니다. 미국이 불안정해지면 국채 가격이 떨어져 채권자 본인이 큰 손실을 봅니다. 내다 팔아도 그 물량은 다른 나라가 사들이면 그만이고요. 즉, 너무 많이 빌려준 쪽이 오히려 눈치를 보는 역설입니다. 겉만 보면 안 보이지만, 연결고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진실이죠.

이렇게 ‘한 수 앞’이 아니라 ‘여러 수 앞의 갈래’를 그리는 훈련. 『부의 갈림길』(2026년 6월 출간)은 그 훈련의 좋은 교본입니다. 이 책은 세계 경제를 가를 다섯 가지 이정표 — ①지정학 분쟁 이후의 공급망 재편 ②K자 경제 ③연준 의장 교체 ④AI 혁명 ⑤달러 패권 — 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자산 지도를 그립니다.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오늘 당신의 선택이 10년 뒤 당신의 자산을 결정한다.”

리더의 시나리오 — 변수 앞에서도 성과를 내는 법

이 ‘시나리오 사고’는 투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 생깁니다. 영향력이 큰 핵심 인재가 갑자기 퇴사할 수도 있고, 시장이 하루아침에 뒤바뀌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변수 때문에 성과를 못 냈다”고 말하는 것은, 저는 리더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인재의 이탈도, 시장의 출렁임도 미리 시나리오에 넣어두어야 할 변수입니다. “A가 나가면 B와 C로 이렇게 대응한다”,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면 우선순위를 저렇게 바꾼다” — 이 시나리오가 두꺼울수록,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최태원 회장이 그랬듯, 그리고 위기 앞에서 본질을 지킨 리더들이 그랬듯, 남들이 보지 못한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그 원칙을 오래 지키는 것. 저는 그것이 리더의 진짜 실력이라고 믿습니다.

세일즈의 시나리오 — AI가 알려준 ‘성과 내는 사람’의 공통점

리더가 세일즈 팀원과 노트북 대시보드를 보며 데이터 기반으로 코칭하는 모습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공유합니다. 최근 AI를 활용해, 세일즈 매니저님들이 그동안 쌓아온 수천, 수만 개의 투어 노트를 분석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여기서도 시나리오를 잘 쓰는 사람이 성과를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예산을 알려주지 않는 고객을 만났을 때—

  • 성과가 저조한 분들은 이렇게 기록하고 끝냅니다. “예산 미공개 → 종료.”
  • 성과가 좋은 분들은 여기서 시나리오를 씁니다. “현재 사무실 규모, 입지·상권 조건, 확보 가능한 상한을 종합하면 예산은 이 정도일 것이다” — 즉 대체 정보로 지불 능력을 추정해, 맞춤형 제안을 만들어냅니다.

같은 정보 앞에서, 한쪽은 문을 닫고 한쪽은 시나리오를 엽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성과를 가릅니다.

특히 AI 시대에 대체되지 않을 세일즈 역량의 핵심이 바로 이 시나리오 능력입니다. 제가 “AI를 활용하라”고 자꾸 잔소리하는 탓에 힘들어하는 조직원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세일즈를 하는 분일수록 AI로 더 나은 제안을 만들고 AI와 함께 역량을 키워간다면, 결코 대체되지 않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요. AI는 시나리오의 ‘재료’를 순식간에 모아주지만, 어떤 시나리오를 그릴지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니까요.

좋은 시나리오는 ‘뇌의 근력’에서 나옵니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성공 확률은 얼마나 좋은 시나리오를 세우느냐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근력처럼 길러지는 것입니다.

몸의 근육을 키우듯, 저는 ‘뇌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매주 읽고, 쓰고, 사고하기를 반복합니다. 오건영 작가의 책을 곁에 두는 것도 그 훈련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쌓다 보면, 시나리오는 점점 정교해지고 성공 확률도 조금씩 높아질 테니까요.

변동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번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 그리고 그것을 매일 다듬는 성장의 습관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15년을 그랬듯 말이죠. 저 역시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그래서 더 읽고 쓰며 나아가려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부의 갈림길』은 어떤 책인가요?

경제 전문가 오건영 작가가 2026년 6월 펴낸 책으로, 세계 경제를 좌우할 다섯 가지 변화(지정학 분쟁, K자 경제, 연준 의장 교체, AI 혁명, 달러 패권)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투자 환경과 자산 배분 방향을 제시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오늘의 선택이 10년 뒤 자산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오건영 작가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복잡한 거시 경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풀어내는 점입니다. 단기 예측이나 유행 기법 대신 경제의 연결고리를 따라가며, 하나의 사건이 나비효과처럼 만들어낼 여러 갈래의 확률을 짚어 확률 높은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시나리오 사고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처럼 남들이 못 본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원칙을 오래 지킨 것처럼, 핵심 인재 이탈이나 시장 변동 같은 변수를 미리 시나리오에 넣어두고 상황에 맞게 실행하는 능력입니다.

AI 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세일즈 역량은 무엇인가요?

고객이 정보를 주지 않아도 대체 정보(입지, 상권, 규모 등)로 상황을 추정해 맞춤 시나리오를 짜는 능력입니다. AI가 재료를 모아준다면 어떤 시나리오를 그릴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며, 이 능력을 키운 세일즈 담당자는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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