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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 서평 | 리더의 시나리오 경영 5가지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 서평 | 리더의 시나리오 경영 5가지

    핵심요약

    • 커피값은 7년간 34% 올랐는데 월급은 22% 올랐습니다. 숫자는 커졌는데 살 수 있는 건 줄었습니다.
    • 신환종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는 “물가가 몇 퍼센트 오르나”가 아니라 “이 국면에서 누가 부자가 되는가”를 묻습니다.
    • 저자는 하나를 맞히는 대신 어느 쪽으로 가도 버티는 ‘적응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합니다. 목표 하나에 시나리오 셋.
    • 이 책을 덮고 제게 남은 건 투자가 아니라 조직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부를 재배치하듯, AI는 역량을 재배치합니다.
    • 리더의 일은 불안을 시나리오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이렇게 간다” 한 문장이 팀을 멈추지 않게 합니다.

    — 14년차 내향형 세일즈 리더 우당탕탕 우팀장

    2019년에 4,100원이던 강남역 아메리카노가 2026년에는 5,500원이 됐습니다. 7년간 약 3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 근로자의 명목 임금은 약 22% 올랐습니다.

    숫자는 커졌는데 살 수 있는 건 줄었습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총 없는 강도’라고 부릅니다.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는데, 줄어든 것만은 확실하니까요.

    카페에서 커피값을 확인하며 생각에 잠긴 한국인 여성 직장인
    커피값은 34% 올랐고, 월급은 22% 올랐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남은 문장은 경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를 덮고 제 머릿속에 남은 건 물가 전망이 아니라 이 한 줄이었습니다.

    “지식은 두려움의 가장 강력한 해독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불확실하다는 말은 결국 모른다는 뜻입니다. 모르면 두렵고, 두려우면 멈춥니다. 제가 본 조직들은 위기 자체보다 위기 앞에서 멈춰 있던 시간에 더 많은 걸 잃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안할수록 시나리오를 먼저 세웁니다. 이렇게 되면 A, 저렇게 되면 B. 대응 방안이 머릿속에 있으면 어떤 상황이 와도 결국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도 같습니다. 좋은 책은 내가 미처 그리지 못한 시나리오를 대신 그려줍니다.

    이 책이 바꿔놓은 질문

    저자 신환종 님은 20년 넘게 채권·크레딧 시장을 연구해온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질문이 다릅니다.

    보통의 물가 책은 “얼마나 오를까”를 묻습니다. 이 책은 “이 국면에서 누가 부자가 되는가”를 묻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똑같이 가난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부를 재배치합니다. 구조를 이해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조용히, 매일 조금씩.

    책상 위에 펼쳐진 경제 책과 메모, 식어가는 커피잔
    “얼마나 오를까”가 아니라 “누가 부자가 되는가”를 묻는 책입니다.

    세 개의 변수 — AI · 지정학 · 디지털금융

    저는 이 책을 세 가지 변수로 읽었습니다.

    ① AI — 같은 변수가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AI는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같은 거대한 물리 인프라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밀어 올립니다. 하지만 생산성이 본격적으로 터지면 반대로 물가를 끌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변수가 양쪽으로 다 열려 있습니다.

    ② 지정학 — 싸게 만들던 시대의 끝

    미·중 패권 경쟁과 탈세계화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가장 싸게 만들던 시대가 끝나면 비용은 구조적으로 올라갑니다.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③ 디지털금융 —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스테이블코인 같은 디지털 화폐는 돈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금리 하나로 통제하던 시대와는 룰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해질 무렵 도시 외곽의 송전탑과 데이터센터 건물이 보이는 풍경
    AI는 전력과 인프라를 먹고 자랍니다. 물가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서 좋았던 책

    저자는 2030년까지 물가상승률 3~4%대의 ‘중물가’ 시대를 예상합니다. 동시에 2030년 무렵 공급 과잉으로 강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도 닫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식 60·채권 40이라는 오래된 공식 대신, 어느 쪽으로 가도 버틸 수 있는 ‘인플레이션 적응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합니다. 하나를 맞히는 게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모든 변화를 투자 기회로 읽다 보니, 물가 때문에 하루가 버거운 생활자의 시선은 조금 멀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불편한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리더’가 읽어야 할까요

    저는 세일즈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투자가 아니라 조직이 떠올랐습니다. 리더에게 그대로 옮겨지는 이야기가 다섯 가지 있었습니다.

    1. 목표는 하나, 시나리오는 세 개

    대부분의 조직은 목표 숫자 하나를 세우고 달립니다. 그런데 시장은 우리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자가 물가를 ‘중물가’와 ‘디스인플레이션’ 양쪽으로 열어두듯, 리더도 목표 옆에 최소 세 개의 시나리오를 둬야 합니다. 잘 풀릴 때, 평범할 때, 꺾일 때. 각각 무엇을 먼저 할지 미리 정해두면 위기가 와도 회의실이 조용해집니다. 이미 답을 갖고 있으니까요.

    2. 통제할 수 있는 변수와 없는 변수를 나눠라

    금리, 전쟁, 기술 혁명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걸 탓하는 데 지면을 쓰지 않고, 그 안에서 무엇을 쥘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세일즈도 같습니다. 시장 수요, 리드 유입량, 경쟁사 가격은 우리 손 밖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환율, 미팅의 질, 제안의 속도는 우리가 바꿀 수 있습니다. 리더의 에너지는 통제 가능한 쪽에 써야 하고, 팀의 불안도 그쪽으로 옮겨줘야 합니다.

    화이트보드에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적으며 팀과 이야기하는 여성 리더
    목표는 하나여도, 가는 길은 세 개를 준비해 둡니다.

    3. 60/40 공식이 무너지듯, 과거의 성공 방정식도 무너진다

    수십 년간 황금률이던 투자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합니다. 조직의 플레이북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엔 이렇게 하면 됐어”는 리더가 가장 조심해야 할 말입니다. 작년에 통했던 화법, 영업 동선, 보고 방식이 올해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좋은 리더는 성공 방정식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제때 갈아엎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4. 파이프라인도 ‘적응형 포트폴리오’여야 한다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듯, 매출도 한 곳에 기대면 흔들립니다. 특정 고객군, 특정 채널, 특정 딜 사이즈에만 의존하는 조직은 변수 하나에 무너집니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소형 딜과 대형 딜, 신규와 업셀. 어느 한쪽이 꺾여도 다른 쪽이 받쳐주는 구조가 리더가 설계해야 할 조직의 포트폴리오입니다.

    5. 인플레이션이 부를 재배치하듯, AI는 역량을 재배치한다

    이 책의 핵심 질문을 조직 안으로 가져오면 이렇게 바뀝니다.

    “AI는 누구를 성과자로 만드는가.”

    같은 시간을 일해도 AI로 준비하고 분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가처럼 조용히, 매일 조금씩. 리더가 할 일은 이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팀원 모두가 올라탈 수 있게 길을 여는 것입니다.

    리더는 불안을 시나리오로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시장이 흔들리면 팀원들은 불안해합니다. 그 불안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리더도 있고, 막연한 긍정으로 덮는 리더도 있습니다.

    저는 리더의 역할이 불안을 시나리오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우리는 이렇게 간다.” 이 한 문장이 팀을 멈추지 않게 만듭니다. 지식이 두려움의 해독제라면, 시나리오는 조직의 해독제입니다.

    퇴근 무렵 사무실 창가에서 책을 덮으며 옅게 미소 짓는 여성 리더
    알면 대응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으면 결국 해냅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연간 목표 앞에서 막연히 불안한 리더
    • 과거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
    • AI·지정학·디지털금융이 내 조직과 커리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큰 그림이 필요한 분

    3줄 요약

    1.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부를 재배치합니다. 구조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2. 정답 하나를 맞히려 하지 말고 어느 쪽으로 가도 버티는 구조를 만드세요. 투자도, 파이프라인도 같습니다.
    3. 리더의 일은 예측이 아니라 번역입니다. 불안을 시나리오로 바꿔 팀에게 건네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모르는 데서 옵니다. 알면 대응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으면 결국 해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시나리오 하나 더 세워봅니다.

    — 14년차 내향형 세일즈 리더 우당탕탕 우팀장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는 어떤 책인가요?

    20년 넘게 채권·크레딧 시장을 연구해온 신환종 저자가 쓴 인플레이션 해설서입니다. 물가가 몇 퍼센트 오를지를 맞히는 책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부가 어떻게 재배치되는지를 묻는 책입니다. AI, 지정학, 디지털금융이라는 세 변수로 앞으로의 물가 구조를 설명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인플레이션 적응형 포트폴리오’란 무엇인가요?

    주식 60·채권 40 같은 고정 공식 대신, 물가가 어느 방향으로 가도 버틸 수 있게 자산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저자는 2030년까지 3~4%대 중물가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면서도, 2030년 무렵 공급 과잉에 따른 강한 디스인플레이션 가능성도 닫지 않습니다. 하나를 맞히는 대신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자는 제안입니다.

    AI는 물가를 올리나요, 내리나요?

    양쪽 다 가능합니다. 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 같은 물리 인프라 수요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밀어 올리지만, 생산성 향상이 본격화되면 반대로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같은 변수가 양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하나의 답을 정해두는 것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경제서인데 왜 리더가 읽어야 하나요?

    책의 구조가 조직 운영과 같기 때문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를 나누고, 목표 하나에 시나리오 셋을 두고, 한 바구니에 몰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은 매출 파이프라인 설계와 동일한 사고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부를 재배치하듯 AI는 조직의 역량을 재배치합니다.

    아쉬운 점은 없나요?

    모든 변화를 투자 기회로 읽는 시선이 강해서, 물가 때문에 하루가 버거운 생활자의 관점은 상대적으로 멀게 느껴집니다. 다만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 상업용 부동산 자산관리의 모든 것 후기 | 임차인 관점의 리더십

    상업용 부동산 자산관리의 모든 것 후기 | 임차인 관점의 리더십

    이 글에서 말씀드릴 것

    • 리더가 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목표 숫자밖에 없다는 걸 알아차린 날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부끄러움에서 시작합니다.
    • 그래서 반대편 테이블의 책을 폈습니다. 민성식 『상업용 부동산 자산관리의 모든 것』 — 철저히 임대인과 자산관리자 시점으로 쓰인 책입니다.
    • 책이 내린 임차인의 정의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임차인은 공간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그 한 문장이 제 팀의 일을 다시 정의했습니다. 우리는 좌석을 채우는 팀이 아니라, 고객이 자기 사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팀이었습니다.
    • 정리해서 팀에 가져간 도구가 「문제 정의 3문장」입니다. 어느 업종이든 그대로 채워 쓸 수 있게 적어두었습니다.

    — 14년차 내향형 세일즈 리더 우당탕탕 우팀장

    주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제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되짚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 달 몇 건, 이번 분기 얼마, 전환율 몇 퍼센트. 제가 팀에게 나눠준 건 전부 숫자였습니다.

    숫자를 주는 건 리더의 일이 맞습니다. 저는 14년 동안 그걸로 먹고살았고, 목표를 주 단위로 쪼개는 일에는 자신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모여 있는지, 나는 팀에게 설명한 적이 있나?”

    없었습니다. 숫자는 나눠줄 수 있는데 의미는 나눠주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상업용 부동산 자산관리 책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적은 페이지
    우리는 좌석을 파는 팀일까, 아니면 다른 팀일까. 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1. 리더가 줄 수 있는 게 숫자밖에 없을 때 생기는 일

    목표만 있는 조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사람들은 시키는 일을 합니다. 성실하게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멈춥니다. 기준이 없으니까요. 목표는 “얼마”를 알려주지만 “왜”와 “어떻게 판단할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이쪽이 더 아팠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쌓아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조직에, 좋은 사람이 오래 머물 리 없습니다.

    팀원이 조용히 이력서를 고치기 시작하는 시점은 힘들 때가 아닙니다. 이 일이 자기 커리어의 다음 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낀 순간입니다. 저도 그런 시절을 지나왔으니 압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 답을 찾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푸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문제를 풀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

    2. 그래서 ‘반대편 테이블’의 책을 폈습니다

    답을 찾을 때 제가 쓰는 방법은 늘 비슷합니다. 우리 편 책 말고, 반대편에 앉는 사람의 책을 읽습니다.

    세일즈 책은 이미 충분히 읽었습니다. 협상법도 압니다. 제게 없던 건 기술이 아니라 상대의 언어였습니다.

    그래서 고른 책이 민성식 저자의 『상업용 부동산 자산관리의 모든 것』(법률출판사)입니다. 저자는 오피스 빌딩의 실질적 운영을 총괄하는 PM(Property Management, 자산관리) 전문가로, 중소형 빌딩부터 대형 프라임 오피스, 초대형 복합개발까지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분입니다.

    중요한 건 이 책의 시점입니다. 이 책은 임차인을 위해 쓰이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임대인과 자산관리자를 위해 쓰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건물주나 자산운용사와 직접 마주 앉는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제가 매일 만나는 상대는 입주를 고민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알게 됐습니다. 제가 그 테이블에 앉지 않을 뿐, 우리 사업 전체가 그 테이블 위에서 성립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건물마다 임대인이 있고, 그 임대인은 우리를 자기 자산의 임차인으로 보고 평가합니다. 내 일의 결과가 어떤 언어로 채점되고 있는지를, 저는 이 책에서 처음 봤습니다.

    3. “임차인은 공간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다”

    책은 임차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부동산이라는 공간을 점유하면서, 각자가 원하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

    이 문장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밋밋한 정의처럼 보이는데, 뜯어보면 무게중심이 완전히 다른 곳에 있습니다.

    임차인은 ‘공간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임차인을 만족시키는 것이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감성적인 이유가 아닙니다. 구조가 그렇게 돼 있습니다.

    임차인이 잘된다 → 임대료가 제때 들어온다 → 우량 임차인이 남는다 → 운영 수익이 쌓인다 → 자산 가치가 올라간다

    이 선순환이 상업용 부동산의 거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이 고리의 맨 앞 칸이 무엇인지 보십시오. 건물의 스펙도, 임대료 수준도 아닙니다. 임차인의 사업이 잘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딱 한 줄을 적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뭘 파는 팀이지?”

    4. 우리가 파는 것은 좌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지금 공유오피스에서 세일즈 조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문장이 남의 얘기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일반 오피스 빌딩에서 임차인 만족은 자산관리자가 ‘관리’로 만듭니다. 미화, 보안, 설비, 민원 응대. 잘하면 불만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사업은 그걸 상품 자체로 만듭니다. 인테리어, 라운지, 회의실, 출입 시스템, 커뮤니티, 계약 유연성. 입주 기업이 사업 말고 다른 데 신경 쓸 일을 전부 걷어내는 것이 본업입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밝은 공유오피스 라운지와 리셉션 데스크
    일반 오피스는 이걸 ‘관리’로 만듭니다. 우리는 상품 자체로 만듭니다. 그 차이가 임차인의 하루를 바꿉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제가 하는 일의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쓰던 말지금 제가 쓰는 말
    좌석을 채운다고객의 고정비와 운영 부담을 대신 떠맡는다
    계약을 따낸다고객이 사업에만 집중할 환경을 만든다
    재계약률을 지킨다그 자산의 수익 안정성을 증명한다
    공실을 메운다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을 대신 푼다

    말장난처럼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팀에서는 이 차이가 꽤 큽니다.

    왼쪽 언어로 일하면 우리는 숫자를 쫓는 팀이 됩니다. 오른쪽 언어로 일하면 문제를 푸는 팀이 됩니다. 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5년 뒤에 남는 게 다릅니다.

    5. 시장이 갈라지고 있다는 사실도 같이 봐야 합니다

    관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리더는 지금 시장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같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개된 자료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알스퀘어의 2026년 2분기 오피스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6.5%로 전 분기 대비 0.4%p 올라 4개 분기 만에 상승 전환했습니다. 같은 분기 신규 공급의 60% 이상이 도심권역에 몰리면서 도심권역(CBD) 공실률은 7.3%로 전 분기보다 2.4%p 뛰었고, 신규 공급이 없던 강남권역은 초대형 0.3%, 대형 2.2%의 낮은 공실률을 유지했습니다.

    높은 층 창가에서 도시의 오피스 빌딩들을 바라보는 뒷모습
    한쪽은 비어가고 한쪽은 꽉 찹니다. 격차가 벌어지는 시장에서는 ‘운영을 대신해줄 사람’의 값이 올라갑니다.

    한쪽은 비어가고 한쪽은 꽉 찹니다. 자산 간 격차가 벌어지는 시장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장에서 공실이 난 임대인에게 필요한 건 세입자 한 명이 아닙니다.

    그 층을 통째로 채우고, 채운 뒤에도 계속 굴려줄 운영 파트너입니다.

    임차인 만족과 공실 해소. 책에서 자산관리자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는 두 가지입니다. 제가 매일 하는 일이 정확히 그 두 개였습니다. 저는 그걸 몰랐던 게 아니라, 그렇게 부를 줄을 몰랐습니다.

    6. 「문제 정의 3문장」 — 리더가 팀에게 줘야 할 세 줄

    여기까지가 제 감상이고, 이제부터가 실제로 팀에 가져간 부분입니다. 행동이 안 바뀌는 정리는 그냥 독후감이니까요.

    저는 이걸 세 문장으로 압축했습니다. 업종과 상관없이 채워 넣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① 우리 고객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고객을 ‘우리 상품을 사는 사람’으로 정의하면 여기서 끝입니다. ‘자기 사업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면 시야가 한 칸 넓어집니다.

    책이 임차인을 그렇게 정의한 것처럼요. 이 문장을 못 채우면 우리는 계속 우리 상품 얘기만 하게 됩니다.

    ② 그중 우리가 대신 풀어주는 문제는 무엇인가

    고객의 모든 문제를 우리가 풀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맡은 칸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잘라내는 문장입니다.

    제 팀의 답은 이렇게 정리됐습니다. “공간과 관련된 모든 잡무를 걷어내서, 고객이 자기 사업에만 시간을 쓰게 만든다.” 좌석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③ 그 문제를 풀면 우리 팀은 무엇을 얻는가

    가장 자주 빠뜨리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남느냐 떠나느냐를 가르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가 얻는 건 다들 압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한 사람이 무엇을 얻는지는 리더가 말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문장못 채우면 생기는 일
    ① 고객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상품 설명만 하는 팀이 된다
    ② 우리가 대신 푸는 문제는 무엇인가일의 우선순위를 팀장이 매번 정해줘야 한다
    ③ 이 일로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잘하는 사람부터 조용히 나간다

    저는 이 세 문장을 노트 앞장에 적어두고, 새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다시 채웁니다. 목표 숫자보다 이 세 줄을 먼저 채우는 것이 요즘 제 순서입니다.

    7. 그래서 이 일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세 번째 문장에 답하려면 결국 커리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같은 일도 뭐라고 부르느냐에 따라 길이가 달라집니다. 이 일을 ‘공유오피스 영업’이라고 부르면 커리어는 거기서 멈춥니다. ‘임대차와 공간 운영’이라고 부르는 순간 길이 넓어집니다.

    임대인·자산운용사·PM 회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는 일, 위탁운영 구조를 설계하는 일, 자산의 수익 구조를 다루는 일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아직 그 테이블에 앉아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가려면 입장권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더군요. 그들의 언어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에서 챙긴 단어들을 정리해두겠습니다. 저처럼 언젠가 그 테이블에 앉고 싶은 분들께는 이 표가 이 글에서 제일 쓸모 있을 겁니다.

    그들의 언어뜻우리 일과의 접점
    총점유비용
    (Total Occupancy Cost)
    임대료뿐 아니라 관리비·인테리어·이전 비용까지 합한 실질 부담 총액고객이 실제로 비교하는 건 평당 단가가 아니라 이 총액이다
    운영 수익
    (NOI, 순운영소득)
    임대 수입에서 운영 비용을 뺀 자산의 진짜 수익공실을 줄이고 운영을 안정시키면 올라가는 숫자
    임대차 인센티브
    (렌트프리·인테리어 지원)
    무상 임대 기간, 공사비 지원 등 계약 조건에 얹는 카드협상 테이블에서 실제로 오가는 것들
    자산 가치운영 수익을 요구수익률로 나눈 값 — 수익이 곧 가치우리의 운영 안정성이 결국 매각가에 반영된다
    임차인 유지
    (리테넌시·재계약)
    기존 임차인을 계속 남게 하는 것신규 유치보다 훨씬 싸게 지키는 수익

    ⚠️ 이 표의 쓰임새 — 외워서 회의에서 써먹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가 이 단어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이 핵심입니다. 같은 제안을 해도 “좌석 몇 개”로 말하는 사람과 “운영 수익과 재계약”으로 말하는 사람은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이 단어들을 아는 세일즈와 모르는 세일즈는 5년 뒤에 완전히 다른 곳에 서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8. 저도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솔직히 이 책 한 권으로 답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두꺼운 실무서라 제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대목도 많습니다.

    다만 팀에게 설명할 수 있는 그림 하나는 또렷해졌습니다. 그거면 이번 독서는 남는 장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벽을 부수는 방식으로 일해왔습니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쪽이요. 그런데 이번 벽은 밀어서 뚫리는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언어의 벽이었거든요. 부술 게 아니라 배워야 넘어가는 벽이었습니다.

    리더가 새로 배운 단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팀 전체의 언어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목표만 주는 리더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 문제를 풀면서 각자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를 같이 그려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아직 잘 못 합니다. 그래서 계속 읽습니다.


    3줄 요약

    1. 임차인은 공간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고객의 정의를 바꾸면 우리 일의 정의가 바뀝니다.
    2. 그래서 우리는 좌석을 파는 팀이 아니라, 고객이 사업에 집중할 환경을 만드는 팀입니다. 그건 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을 대신 푸는 일이기도 합니다.
    3. 리더는 목표 숫자 이전에 「문제 정의 3문장」을 줘야 합니다. ① 고객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② 우리가 대신 푸는 문제는 무엇인가 ③ 그걸 풀면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이 책을 덮고 제가 제일 오래 붙들고 있던 건 부동산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이 질문이었습니다.

    “우리 팀은 우리가 무슨 문제를 푸는 팀인지 말할 수 있을까요? 그걸 말해준 사람이 있긴 했을까요?”

    제 팀은 없었습니다. 이제 막 첫 문장을 채웠습니다.

    우당탕탕 우팀장

    14년차 내향형 B2B 세일즈 리더입니다. 목소리 큰 리더보다, 팀에게 쓸 언어를 쥐여주는 리더가 결국 멀리 간다고 믿습니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Reader가 되십시오.

    ▸ 책에서 건진 관점 더 보기 : 우당탕탕우팀장 — 사유의 디코딩

    민성식 『상업용 부동산 자산관리의 모든 것』은 어떤 책인가요?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의 실제 운영을 다루는 실무서입니다. 임차인을 위한 책이 아니라 임대인과 자산관리자(PM) 시점으로 쓰였다는 점이 특징이며, 임대차 관리·시설 운영·임차인 관리·수익 관리까지 건물 운영 전반을 다룹니다. 저자는 중소형 빌딩부터 프라임 오피스, 복합개발까지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자산관리 전문가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에서 임차인은 어떻게 정의되나요?

    이 책은 임차인을 ‘부동산이라는 공간을 점유하면서, 각자가 원하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로 봅니다. 즉 공간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임차인의 사업이 잘되는 것이 자산관리의 출발점이 됩니다.

    임차인 만족이 왜 자산 가치와 연결되나요?

    선순환 구조 때문입니다. 임차인이 잘되면 임대료가 제때 들어오고, 우량 임차인이 남고, 운영 수익이 쌓이고, 그 운영 수익을 기준으로 자산 가치가 매겨집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건물의 스펙이 아니라 그 건물이 벌어들이는 안정적인 수익에서 나옵니다.

    PM(Property Management)은 무슨 일을 하나요?

    건물의 실질적 운영을 총괄하는 일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임차인 관리, 시설·설비 운영, 관리비와 운영 비용 관리, 공실 해소까지 포함합니다. 자산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높이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는 점에서 단순 시설 관리와 구분됩니다.

    총점유비용(Total Occupancy Cost)이란 무엇인가요?

    임대료뿐 아니라 관리비, 인테리어 공사비, 이전 비용까지 합한 실질 부담 총액입니다. 임차 기업이 실제로 비교하는 기준은 평당 임대료 단가가 아니라 이 총액이기 때문에, 제안과 협상에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리더가 팀에게 목표 숫자 말고 무엇을 줘야 하나요?

    문제 정의입니다. 세 문장으로 정리하면 ① 우리 고객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② 그중 우리가 대신 풀어주는 문제는 무엇인가 ③ 그 문제를 풀면 우리 팀은 무엇을 얻는가입니다. ①이 비면 상품 설명만 하는 팀이 되고, ②가 비면 우선순위를 매번 리더가 정해줘야 하며, ③이 비면 잘하는 사람부터 조용히 이탈합니다.

  • 짐 콜린스 인코딩이란? |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플라이휠 정리

    짐 콜린스 인코딩이란? |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플라이휠 정리

    핵심요약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짐 콜린스가 10년간 34명의 생애 2,809년치를 추적해 신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냈습니다.
    • 핵심 개념은 넷입니다. 인코딩(내장된 설계) · 프레임(그것이 켜지는 자리) · 절벽(삶이 끊기는 사건) · 안개(그 뒤의 방향 상실).
    • 이 넷은 따로 노는 개념이 아니라 한 바퀴 도는 플라이휠입니다. 인코딩 → 불꽃 → 절벽 → 안개 → 확장 → 다시 인코딩.
    • 그리고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콜린스가 2001년 무너지던 아마존에 준 처방이 바로 플라이휠이었고, 그는 이번에 같은 도구를 개인의 삶에 적용했습니다.
    • 리더인 제게 남은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팀원의 인코딩을 찾아 조직의 플라이휠에 연결하는 일입니다.

    — 14년차 내향형 세일즈 리더 우당탕탕 우팀장

    저는 이직을 네 번 했습니다. 그리고 네 번 다, 옮기고 나서 두세 달쯤 지난 어느 밤에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상한 건, 그때 제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겁니다. 숫자는 돌아가고 있었고 사람들도 저를 신뢰했습니다. 그런데도 방향 감각만 없었습니다. 지도는 있는데 나침반이 고장 난 상태. 저는 그 상태가 오래가는 게 싫어서, 늘 뭐라도 빨리 결정해버렸습니다. 새 목표를 세우고, 새 시스템을 깔고, 새 사람을 뽑고.

    짐 콜린스는 그 행동에 정확히 이름을 붙여뒀더군요. 그리고 그게 왜 위험한지도요. “안개가 불편해서 뛰면, 바로 다음 절벽으로 떨어진다.”

    늦은 밤 사무실 창가에 서서 불 꺼진 도시를 바라보는 한국인 여성 리더
    성과는 나오는데 방향은 모르겠던 밤 — 콜린스는 이 상태를 ‘안개’라고 부릅니다.

    짐 콜린스 신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어떤 책인가요?

    결론부터: 성공하는 법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다 통과한 다음에 어떻게 다시 자기를 세울 것인가를 다룬 책입니다.

    원제는 What to Make of a Life: Cliffs, Fog, Fire and the Self-Knowledge Imperative입니다. 부제에 이 책의 뼈대가 다 들어 있습니다. 절벽, 안개, 불꽃, 그리고 자기이해의 의무.

    콜린스는 그동안 기업을 연구했습니다. 이번엔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10년에 걸쳐 34명의 삶, 총 2,809년치의 생애 데이터를 추적했습니다. 작가, 배우, 과학자, 정치인, 록 뮤지션, 참정권 운동가, 피겨 선수, 그리고 스캔들로 무너진 공인까지. 늘 하던 방식대로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해 다른 결말에 도착한 사람들을 짝지어 놓고, 갈림길에서 무엇이 달랐는지를 봤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인생 재건 매뉴얼에 가깝습니다. 커리어 정체, 번아웃, 조직 개편, 은퇴, 상실. 콜린스가 다루는 건 정상에 오르는 법이 아니라, 정상에서 미끄러진 다음의 일입니다.

    콜린스가 말한 ‘인코딩(Encoding)’이란 무엇인가요?

    결론부터: 인코딩이란 조건이 맞을 때 당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유전자 코드입니다. 이미 당신 안에 내장돼 있고,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역량이죠.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게 있습니다. 강점과 인코딩은 다릅니다.

    • 강점 — 지금 잘하는 것. 이미 증명된 것.
    • 인코딩 — 조건만 맞으면 될 수 있는 것.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강점은 이력서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인코딩은 이력서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그 조건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요. 콜린스는 인코딩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조합된 형태로 존재한다고 보고, 이를 ‘인코딩의 별자리’라고 부릅니다(2장). 별 하나가 아니라 별들의 배치가 그 사람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별자리를 보이게 만드는 게 프레임(Frame)입니다. 창틀이죠. 어떤 창틀 앞에 서느냐에 따라 인코딩이 환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통째로 가려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책을 덮고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콜린스가 이렇게 고백했거든요.

    “예전의 나는 사람에게 무엇이 부족한지에 집중했다. 지금 나는 그 사람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맞는 프레임을 찾는다.”

    14년 동안 팀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이 한 문장은 좀 아팠습니다. 저는 그동안 안 되는 팀원을 보면 무엇이 모자란지부터 찾았거든요. 콜 수가 부족한가, 클로징이 약한가, 멘탈이 문제인가. 그런데 콜린스의 진단은 정반대였습니다. 안 되는 사람의 상당수는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창틀이 안 맞는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

    절벽과 안개는 왜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인가요?

    결론부터: “꽤 긴 인생을 살면서 큰 절벽을 한 번도 만나지 않을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0에 가깝다”는 게 콜린스의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절벽(Cliff)은 알던 삶이 끝나는 사건입니다. 해고, 사업 실패, 병, 조직 개편, 관계의 붕괴. 34명 중 절벽을 피해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사례는 콜린스의 아내 조앤 언스트입니다. 1985년 하와이 아이언맨 세계선수권 우승자이고, 나이키 광고에도 나왔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콜린스가 들려주는 우승 장면은 영광스럽지 않습니다. 햄스트링이 완전히 나간 상태로 달려서, 90초 차이로 이겼습니다.

    여기까지는 감동적인 스포츠 이야기죠. 진짜 절벽은 그다음에 왔습니다.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하게 됐을 때, 그에게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세계 챔피언이 아닌 나는, 그럼 누구인가.

    이게 절벽의 본질입니다. 절벽은 무언가를 빼앗아 가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어디에 걸어놨는지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그리고 콜린스는 여기서 뒤집습니다. 절벽은 자주 몰랐던 인코딩을 드러냅니다. 하나의 창틀이 부서져야 다른 창틀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절벽 다음에 오는 게 안개(Fog)입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구간. 콜린스가 여기서 주는 조언은 딱 하나입니다.

    “뛰지 마라.”

    안개가 불편해서 뛰면 다음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대신 그가 제시한 방법이 심플렉스 스테핑(Simplex Stepping)입니다. 최종 목적지를 모르는 채로, 지금 보이는 최선의 한 걸음만 딛는 것. 그리고 거기 도착해서 다시 다음 한 걸음을 찾는 것. 5년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안개 속에서 발밑 한 칸만 확인하고 옮기는 방식입니다.

    제가 이직 후마다 했던 건 정확히 그 반대였습니다. 안개가 답답해서 지도를 새로 그리려고 했거든요. 안개 속에서 그린 지도가 맞을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인생 플라이휠 — 이 개념들은 어떻게 한 바퀴로 이어지나요?

    결론부터: 인코딩·불꽃·절벽·안개·확장은 순서가 있는 다섯 칸이고, 마지막 칸이 첫 칸을 다시 밀어줍니다. 그래서 이건 리스트가 아니라 플라이휠입니다.

    인코딩·불꽃·절벽·안개·확장 다섯 단계가 원형으로 이어진 인생 플라이휠 도식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의 12개 장을 다섯 칸으로 압축한 인생 플라이휠.
    1. 인코딩을 발견한다 — 내가 무엇으로 설계돼 있는지 찾습니다. 콜린스는 흥미로운 배분을 제시합니다. 발견에 30점, 신뢰에 70점. 찾아내는 것보다 찾은 것을 믿고 밀어붙이는 게 훨씬 어렵다는 뜻입니다.
    2. 불꽃에 집중한다 — 3장 제목이 ‘돈의 방향을 뒤집어라’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고르는 게 아니라, 하나의 불꽃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인 경제를 설계하라는 겁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연료가 되도록 순서를 뒤집는 것이죠.
    3. 절벽을 만난다 — 예외 없이 옵니다. 그리고 몰랐던 인코딩을 드러냅니다.
    4. 안개를 통과한다 — 뛰지 않고 심플렉스 스테핑으로 한 걸음씩. 참고로 8장 ‘인생이라는 룰렛’에서 콜린스는 운을 셋으로 나눕니다. 사건 운, 사람 운, 시대 운. 운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접촉 면적을 넓히는 것이고, 그건 안개 속에서도 계속 움직여야 가능합니다.
    5. 바깥으로 확장했다가 돌아온다 — 9장 제목입니다. 그리고 10장은 ‘책임을 선택한다는 것’. 여기서 던지는 질문이 이 책 전체에서 가장 강력합니다. “나는 무엇에 대해 책임지기를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이 다섯 번째 칸이 첫 번째 칸을 다시 밉니다. 확장하고 돌아온 사람은 이전에 몰랐던 자기 인코딩을 하나 더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휠이 한 바퀴 더 돕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이 휠은 돌수록 세집니다.

    • 절벽의 낙차가 줄어듭니다 — 이미 떨어져 봤으니까요.
    • 안개 통과 시간이 짧아집니다 — 안개가 안개인 줄 아니까요.
    • 불꽃이 커집니다 — 매 바퀴마다 인코딩이 하나씩 추가되니까요.

    콜린스가 마흔에 무너진 사람의 이야기를 절망으로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는 벤저민 프랭클린 전기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프랭클린이 예순이 되는 지점에서, 그 책은 아직 53퍼센트가 남아 있다.”

    왜 하필 ‘플라이휠’인가요? — 2001년 아마존 이야기

    결론부터: 우연이 아닙니다. 플라이휠은 콜린스 본인의 개념이고, 그가 25년 전 무너지던 아마존에 처방했던 바로 그 도구입니다.

    낮은 가격에서 시작해 고객·트래픽·셀러·규모의 경제로 순환하는 아마존 플라이휠 도식
    2001년 냅킨 한 장에서 시작된 아마존 플라이휠 — 절벽 위에서 그려진 그림입니다.

    2001년, 닷컴 버블이 터졌습니다. 아마존 주가는 90% 빠졌습니다. 언론은 곧 망한다고 썼습니다. 그때 제프 베조스가 시애틀로 부른 사람이 짐 콜린스였습니다.

    콜린스의 답은 전략도 구조조정 계획도 아니었습니다.

    “나쁜 뉴스에 반응하지 마십시오. 플라이휠을 만드십시오.”

    그 자리에서 냅킨에 그려진 게 그 유명한 아마존 플라이휠입니다. 가격을 낮춘다 → 고객이 는다 → 트래픽이 는다 → 셀러가 들어온다 → 상품 구색과 경험이 좋아진다 → 규모의 경제가 생긴다 → 다시 가격을 낮춘다.

    자, 이제 이 이야기를 신간의 언어로 다시 읽어보십시오.

    • 주가 90% 하락 = 절벽
    • “우리 망하는 건가” = 안개
    • “뛰지 말고 한 칸씩 미십시오” = 심플렉스 스테핑
    • 냅킨 위의 여섯 칸 = 플라이휠

    25년 전 콜린스가 절벽 위의 기업에 준 처방을, 그는 이번 책에서 절벽 위의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가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경영서의 문법을 쓰고 있는 이유가 이겁니다. 이 책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개인판입니다.

    그래서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무엇인가요?

    결론부터: 리더의 일은 사람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팀원의 인코딩을 찾아 조직의 플라이휠에 연결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사람을 뽑는 문제로 봤습니다. 잘하는 사람을 잘 골라내는 게 팀장의 실력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안 되는 사람을 보면 고치려고 했습니다. 콜 스크립트를 다시 짜주고, 롤플레이를 시키고, 주간 리뷰를 촘촘하게 했습니다.

    콜린스의 프레임 개념은 그 전제를 뒤집습니다. 사람을 고치는 대신, 그 사람의 창틀을 바꿉니다.

    실제로 제 팀에서도 그랬습니다. 신규 계약을 따오는 자리에서 계속 미달하던 매니저가 있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클로징 스킬이 약하다”로 정리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미 들어온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때는 눈빛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밤까지 붙들고 있었죠. 신규 사냥에 인코딩된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고 확장하는 데 인코딩된 사람이었던 겁니다.

    자리를 바꾸자 숫자가 바뀌었습니다. 사람이 바뀐 게 아니라 창틀이 바뀐 것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1on1에서 던지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무엇이 부족한가”에서 이 세 가지로요.

    1. 이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은 무엇인가? — 인코딩은 지시가 없는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2. 이 사람이 가장 살아 있어 보였던 순간은 언제였나? — 성과가 난 순간이 아니라 몰입한 순간을 찾습니다. 둘은 다릅니다.
    3. 그 인코딩이 켜지는 자리가 지금 우리 조직 안에 있는가? — 없다면, 그건 그 사람 문제가 아니라 제 설계 문제입니다.

    여기까지가 카리스마가 필요 없는 이유입니다. 이 일 중 어느 것도 목소리를 키워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관찰하고, 기억하고, 자리를 다시 짜는 일입니다. 내향형 리더가 오히려 유리한 영역이죠.

    제 일의 플라이휠 — 매니저 한 명이 왜 지점 하나로 이어지는가

    결론부터: 제가 매출 목표가 아니라 ‘매니저 육성’을 1번 칸에 두는 이유는, 그 칸이 마지막 칸에 의해 다시 밀리기 때문입니다.

    매니저 육성에서 시작해 고객 경험·공실률·신규 지점으로 순환하는 세일즈 조직 플라이휠 도식
    위 일곱 칸을 콜린스가 말한 4~6칸으로 압축하면 이렇게 됩니다 — 마지막 칸이 첫 칸을 밀어야 플라이휠입니다.

    저는 공유오피스에서 세일즈 조직을 맡고 있습니다. 제 하루는 이렇게 돌아갑니다.

    1. 매니저의 인코딩을 찾아 제자리에 놓는다 — 사냥형인지, 관계형인지, 설계형인지.
    2. 매니저가 ‘설득’이 아니라 ‘해결’을 한다 — 자기 인코딩에 맞는 자리에서는 억지로 팔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를 풀면 계약이 따라옵니다.
    3. 입주사의 경험이 좋아진다 — 재계약, 좌석 확장, 그리고 소개.
    4. 공실이 줄어든다 — 신규로만 채우는 공실과, 기존 고객이 안 나가서 안 생기는 공실은 질이 다릅니다.
    5. 건물주에게 보여줄 실적이 생긴다 — 이 지점은 임대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는 증거.
    6. 먼저 연락이 온다. 지점이 늘어난다 — 영업을 안 해도 제안이 들어오는 구간.
    7. 매니저에게 더 큰 무대와 자리가 생긴다 — 지점이 늘어야 성장할 자리가 늘어나고, 성장할 자리가 있어야 좋은 사람이 남습니다.

    그리고 7번은 1번으로 돌아갑니다. 좋은 매니저가 남고 모이면, 다시 1번 칸이 더 세게 돕니다.

    콜린스가 플라이휠에 붙인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저는 이걸 제 조직도를 검증하는 체크리스트로 씁니다.

    • 각 칸이 다음 칸을 필연적으로 밀어야 한다 — “그러면 좋겠다”가 아니라 “그러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여야 합니다.
    • 순서가 있어야 한다 — 아무 데서나 시작할 수 있으면 그건 플라이휠이 아니라 그냥 목록입니다.
    • 4~6칸으로 단순해야 한다 — 팀원이 외우지 못하면 안 돕니다.

    이 조건을 못 맞추면 콜린스가 ‘파멸의 고리(Doom Loop)’라고 부른 것이 됩니다. 매달 새 전략을 발표하고, 분기마다 조직을 흔들고, 그때그때 급한 데를 막는 조직이요. 힘은 똑같이 드는데 휠은 안 돕니다. 저도 그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인코딩과 강점(Strength)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강점은 지금 잘하는 것, 즉 이미 증명된 능력입니다. 인코딩은 조건이 맞으면 될 수 있는 잠재적 설계로, 아직 그 조건을 만나지 못했다면 본인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코딩은 이력서가 아니라 프레임을 바꿔봐야 드러납니다.

    Q. 심플렉스 스테핑(Simplex Stepping)이 무슨 뜻인가요?
    A. 최종 목적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보이는 최선의 한 걸음만 딛고, 그 자리에서 다시 다음 한 걸음을 찾는 방식입니다. 안개 속에서 전체 지도를 그리려 하지 말고 발밑 한 칸만 확인하라는 뜻으로, 콜린스가 안개 구간의 유일한 안전한 전진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Q. 플라이휠(Flywheel)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A. 각 단계가 다음 단계를 필연적으로 밀어주고, 마지막 단계가 첫 단계를 다시 밀어 회전이 스스로 빨라지는 구조입니다.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제시했고, 2001년 아마존이 이를 적용해 냅킨에 그린 것이 유명한 아마존 플라이휠입니다.

    Q.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나요?
    A. 성공법을 찾는 사람보다, 한 번 무너져봤거나 지금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 맞습니다. 커리어 정체기, 번아웃, 이직 직후, 조직 개편을 겪는 중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리더라면 팀원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책으로도 읽힙니다.

    Q. 짐 콜린스의 다른 책을 먼저 읽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플라이휠 개념을 알고 읽으면 이 책의 구조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번 책은 그 개념을 기업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콜린스는 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을 ‘질문이 답보다 낫다’로 지었습니다. 508쪽을 읽고 나서 남은 게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면, 저자 입장에서는 성공입니다.

    그래서 저도 답 대신 질문을 남기겠습니다. 팀을 맡고 계신 분이라면 오늘 이 질문 하나만 들고 자리로 돌아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내 팀원은 지금, 자기 인코딩이 켜지는 자리에 앉아 있는가?”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이게 더 어려운 질문일 겁니다.

    “나는?”

    저는 화려하게 수습하는 리더보다, 무너지지 않게 미리 설계해두는 쪽이 결국 멀리 간다고 믿습니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Reader가 되십시오.

    짐 콜린스가 말한 인코딩(Encoding)이란 무엇인가요?

    조건이 맞을 때 당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유전자 코드입니다. 지금 잘하는 것(강점)과 달리 아직 증명되지 않은 잠재적 설계이므로 이력서에는 나타나지 않고, 프레임(자리)을 바꿔봐야 드러납니다.

    심플렉스 스테핑(Simplex Stepping)이 무슨 뜻인가요?

    최종 목적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보이는 최선의 한 걸음만 딛고, 그 자리에서 다시 다음 한 걸음을 찾는 방식입니다. 콜린스는 안개 구간에서 전체 지도를 그리려 하지 말고 발밑 한 칸만 확인하라고 조언합니다.

    플라이휠(Flywheel)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각 단계가 다음 단계를 필연적으로 밀어주고 마지막 단계가 첫 단계를 다시 밀어 회전이 스스로 빨라지는 구조입니다.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제시했고, 2001년 아마존이 이를 적용해 냅킨에 그린 것이 아마존 플라이휠입니다.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나요?

    성공법을 찾는 사람보다 한 번 무너져봤거나 지금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 맞습니다. 커리어 정체기, 번아웃, 이직 직후, 조직 개편을 겪는 중이라면 특히 그렇고, 리더에게는 팀원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책으로 읽힙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짐 콜린스의 다른 책을 먼저 봐야 하나요?

    필수는 아니지만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플라이휠 개념을 알고 읽으면 구조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번 책은 그 개념을 기업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세상이 말린 회사를 산 남자 — 최태원과 시나리오, 오건영 『부의 갈림길』을 읽고

    세상이 말린 회사를 산 남자 — 최태원과 시나리오, 오건영 『부의 갈림길』을 읽고

    2011년, 한 대기업이 망해가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회사는 두 분기 연속 적자였고, 주력인 D램 가격은 바닥을 뚫고 있었으며, 부채비율은 높았습니다. 한때 ‘미국에 팔릴 뻔’했던, 전기료를 아끼려 형광등까지 뽑던 회사였죠. 그룹 경영진조차 반대했습니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너무 심하고, 투자는 밑 빠진 독”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3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기어이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는 세계 최초로 HBM을 양산하며 AI 시대의 주인공, 코스피 시가총액 1위가 되었습니다. 망해가던 회사가 138배로 큰 것입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SK하이닉스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무모한 승부사’라 불렀지만, 저는 다르게 봅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실패한 회사’가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한 ‘시나리오’에 베팅한 것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실패담’을 묻자 ‘시나리오’를 답했습니다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한 최태원 회장이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회장님은 반도체를 비롯해 수많은 결정으로 성공하셨는데요. 예상과 다르게 실패했던 경험은 없으셨나요?”

    저는 실패담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요지는 이랬습니다. “이렇게 변동성이 심한 시대에는,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두고 그 상황이 오면 시나리오에 맞게 움직입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하이닉스 인수도 결국 그랬을 겁니다. ‘지금 적자’라는 단면이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은 돌아온다 → 장기 R&D로 기술 우위를 쌓는다 → 언젠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한다는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 위에 베팅한 것이죠. 그리고 그는 20년 전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비법을 계속 찾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원칙을 오래 지키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세우고, 그 원칙을 15년간 지켜낸 결과가 오늘의 SK하이닉스입니다.

    리더가 유리 보드에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 의사결정 트리를 그리는 모습

    저 역시 그렇게 일하려 합니다. 예전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총동원해 ‘한 번의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은 여러 경우의 시나리오를 미리 써두고 상황에 맞게 실행합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 근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오건영 작가입니다.

    이 글은 그의 신간 『부의 갈림길』을 읽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리더와 세일즈가 어떻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를 함께 나누고 싶어 씁니다.

    왜 오건영인가 — ‘겉’이 아니라 ‘나비효과’를 읽는 사람

    리더가 경제서를 읽으며 노트에 시나리오와 그래프를 정리하는 모습

    제가 오건영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부의 대이동』, 『환율의 대전환』 등으로 6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그는, 단기적인 예측이나 유행하는 투자 기법 대신 거시경제의 연결고리를 짚어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경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면서요.

    그는 겉으로 드러난 단면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 나비효과로 만들어낼 여러 갈래를 봅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① 현대차가 희토류 재고를 쌓았다 → 그래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현대자동차가 재고를 비축했다는 뉴스. 대부분은 “위기관리 잘했네”에서 멈춥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재고 비축은 곧 ‘적시생산(JIT)’에서 ‘만일 대비(JIC·Just In Case)’로의 전환을 뜻합니다. 재고를 쌓는 만큼 보유 비용이 오르고, 그 비용은 결국 가격에 전가되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기업 하나의 재고 결정이 물가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② 미국의 최대 채권자인 일본·중국이, 왜 미국 눈치를 볼까?
    흔히 “돈 빌려준 쪽이 갑”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약 1.2조 달러)과 중국(약 0.7조 달러)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진 채권자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반대에 가깝습니다. 미국이 불안정해지면 국채 가격이 떨어져 채권자 본인이 큰 손실을 봅니다. 내다 팔아도 그 물량은 다른 나라가 사들이면 그만이고요. 즉, 너무 많이 빌려준 쪽이 오히려 눈치를 보는 역설입니다. 겉만 보면 안 보이지만, 연결고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진실이죠.

    이렇게 ‘한 수 앞’이 아니라 ‘여러 수 앞의 갈래’를 그리는 훈련. 『부의 갈림길』(2026년 6월 출간)은 그 훈련의 좋은 교본입니다. 이 책은 세계 경제를 가를 다섯 가지 이정표 — ①지정학 분쟁 이후의 공급망 재편 ②K자 경제 ③연준 의장 교체 ④AI 혁명 ⑤달러 패권 — 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자산 지도를 그립니다.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오늘 당신의 선택이 10년 뒤 당신의 자산을 결정한다.”

    리더의 시나리오 — 변수 앞에서도 성과를 내는 법

    이 ‘시나리오 사고’는 투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 생깁니다. 영향력이 큰 핵심 인재가 갑자기 퇴사할 수도 있고, 시장이 하루아침에 뒤바뀌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변수 때문에 성과를 못 냈다”고 말하는 것은, 저는 리더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인재의 이탈도, 시장의 출렁임도 미리 시나리오에 넣어두어야 할 변수입니다. “A가 나가면 B와 C로 이렇게 대응한다”,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면 우선순위를 저렇게 바꾼다” — 이 시나리오가 두꺼울수록,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최태원 회장이 그랬듯, 그리고 위기 앞에서 본질을 지킨 리더들이 그랬듯, 남들이 보지 못한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그 원칙을 오래 지키는 것. 저는 그것이 리더의 진짜 실력이라고 믿습니다.

    세일즈의 시나리오 — AI가 알려준 ‘성과 내는 사람’의 공통점

    리더가 세일즈 팀원과 노트북 대시보드를 보며 데이터 기반으로 코칭하는 모습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공유합니다. 최근 AI를 활용해, 세일즈 매니저님들이 그동안 쌓아온 수천, 수만 개의 투어 노트를 분석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여기서도 시나리오를 잘 쓰는 사람이 성과를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예산을 알려주지 않는 고객을 만났을 때—

    • 성과가 저조한 분들은 이렇게 기록하고 끝냅니다. “예산 미공개 → 종료.”
    • 성과가 좋은 분들은 여기서 시나리오를 씁니다. “현재 사무실 규모, 입지·상권 조건, 확보 가능한 상한을 종합하면 예산은 이 정도일 것이다” — 즉 대체 정보로 지불 능력을 추정해, 맞춤형 제안을 만들어냅니다.

    같은 정보 앞에서, 한쪽은 문을 닫고 한쪽은 시나리오를 엽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성과를 가릅니다.

    특히 AI 시대에 대체되지 않을 세일즈 역량의 핵심이 바로 이 시나리오 능력입니다. 제가 “AI를 활용하라”고 자꾸 잔소리하는 탓에 힘들어하는 조직원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세일즈를 하는 분일수록 AI로 더 나은 제안을 만들고 AI와 함께 역량을 키워간다면, 결코 대체되지 않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요. AI는 시나리오의 ‘재료’를 순식간에 모아주지만, 어떤 시나리오를 그릴지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니까요.

    좋은 시나리오는 ‘뇌의 근력’에서 나옵니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성공 확률은 얼마나 좋은 시나리오를 세우느냐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근력처럼 길러지는 것입니다.

    몸의 근육을 키우듯, 저는 ‘뇌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매주 읽고, 쓰고, 사고하기를 반복합니다. 오건영 작가의 책을 곁에 두는 것도 그 훈련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쌓다 보면, 시나리오는 점점 정교해지고 성공 확률도 조금씩 높아질 테니까요.

    변동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번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 그리고 그것을 매일 다듬는 성장의 습관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15년을 그랬듯 말이죠. 저 역시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그래서 더 읽고 쓰며 나아가려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부의 갈림길』은 어떤 책인가요?

    경제 전문가 오건영 작가가 2026년 6월 펴낸 책으로, 세계 경제를 좌우할 다섯 가지 변화(지정학 분쟁, K자 경제, 연준 의장 교체, AI 혁명, 달러 패권)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투자 환경과 자산 배분 방향을 제시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오늘의 선택이 10년 뒤 자산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오건영 작가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복잡한 거시 경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풀어내는 점입니다. 단기 예측이나 유행 기법 대신 경제의 연결고리를 따라가며, 하나의 사건이 나비효과처럼 만들어낼 여러 갈래의 확률을 짚어 확률 높은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시나리오 사고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처럼 남들이 못 본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원칙을 오래 지킨 것처럼, 핵심 인재 이탈이나 시장 변동 같은 변수를 미리 시나리오에 넣어두고 상황에 맞게 실행하는 능력입니다.

    AI 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세일즈 역량은 무엇인가요?

    고객이 정보를 주지 않아도 대체 정보(입지, 상권, 규모 등)로 상황을 추정해 맞춤 시나리오를 짜는 능력입니다. AI가 재료를 모아준다면 어떤 시나리오를 그릴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며, 이 능력을 키운 세일즈 담당자는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성장합니다.

  • 직원을 ‘동업자’라 부른 순간, 스타벅스는 성장했다 —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 신화

    직원을 ‘동업자’라 부른 순간, 스타벅스는 성장했다 —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 신화

    한 조직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때, 성과는 비로소 따라옵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 신화』를 덮으며, 저는 이 명제를 머리로 아는 것을 넘어 가슴으로 다시 새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더의 진짜 일은, 사람들의 성장과 회사의 목표를 하나로 잇는 것이구나.

    그래서 이 글은, 요즘 “어떻게 하면 우리 팀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리더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 역시 매일 그 질문 앞에서 배우고 있으니까요.

    리더가 팀원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1:1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하워드 슐츠는 왜 ‘사람’을 믿었을까

    스타벅스를 이해하려면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일곱 살로 가야 합니다.

    1961년 겨울, 브루클린의 공공주택 단지. 기저귀 배달 일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빙판에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졌습니다. 그 사고로 아버지는 일자리와 의료보험을 동시에 잃었습니다. 어머니는 만삭이라 일할 수 없었고, 산재도 보험도 없는 가정엔 안전망이 없었습니다. 어린 슐츠는 저녁마다 부모님이 빚 걱정으로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살아생전 그 일을 부끄러워했던 아버지는, 정작 사고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그 일이라도 다시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 모습이 어린 아들에게 깊이 박혔습니다.

    슐츠가 훗날 ‘사람의 잠재력’을 그토록 믿게 된 뿌리가 여기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직원들이 회사와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그 꿈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들은 회사를 더 낫게 만드는 데 자신의 심장을 쏟아붓습니다.”

    책의 원제 ‘Pour Your Heart Into It(마음을 다해 쏟아부어라)’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성장은 강요가 아니라, 마음이 연결될 때 일어난다는 믿음입니다.

    하나의 목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밀라노에서 시작된 비전

    창가에서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리더의 모습

    1983년, 슐츠는 밀라노의 한 에스프레소 바에서 인생을 바꾼 장면을 마주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집도 직장도 아닌 제3의 공간에서요.

    그는 여기서 스타벅스의 비전, 이른바 ‘제3의 공간(Third Place)’을 길어 올립니다. 하지만 당시 스타벅스의 원래 창업자들은 ‘우리는 원두를 파는 회사’라며 반대했습니다. 슐츠는 포기하지 않고 직접 ‘일 지오날레’라는 커피바를 차렸고(1986), 이듬해 스타벅스가 매물로 나오자 380만 달러에 인수해 합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슐츠가 먼저 선명한 하나의 목표(비전)를 손에 쥐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모으려면, 리더에게 먼저 ‘함께 갈 곳’이 있어야 하니까요.

    스타벅스가 남들과 다르게 한 것: 순서

    대부분의 기업은 주주의 이익, 혹은 고객 만족을 먼저 말합니다. 그런데 슐츠는 그 앞에 ‘구성원’을 두었습니다. 순서가 달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섬기며 커피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커피를 파는 ‘사람 사업(people business)’을 하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이 믿음을 말이 아니라 제도로 증명했습니다.

    • 1988년,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의료보험을 확대했습니다. 미국 대형 소매업체 중 최초였습니다. 아버지가 끝내 받지 못한 그 혜택을, 슐츠는 시간제 직원에게까지 내밀었습니다.
    • 1991년, 100번째 매장을 여는 날, 그는 시애틀 로스팅 공장에서 ‘빈 스톡(Bean Stock)’을 발표합니다. 주 20시간 이상 일하는 모두에게 스톡옵션을 나눈, 소매업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 그리고 이들을 더 이상 ‘직원’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파트너(동업자)’라 불렀습니다.

    이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증거가 하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연 약 3억 달러를 직원 의료비에 쓰는데, 이는 놀랍게도 원두 구입비보다 많습니다. 회사가 무엇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지는, 결국 ‘돈을 어디에 쓰는가’에서 드러납니다.

    주인의식이 만든 성장, 프라푸치노

    이 주인의식이 실제로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보여주는 사건이 프라푸치노입니다.

    1993년, 남캘리포니아 지역 매니저 디나 캠피언은 근처 카페들이 얼음을 간 블렌디드 음료를 파는 걸 눈여겨봤습니다. 기회를 확신한 그와 현장 매니저들은 직접 레시피를 실험하며 음료를 완성해갔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이 아이디어가 본사에 올라갔을 때 정작 CEO 슐츠는 반대했습니다. “얼음 음료는 뜨거운 커피라는 우리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그는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신뢰해 밀어붙이도록 허락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는 대로입니다. 출시 1년 만에 프라푸치노는 전체 매출의 약 7%를 차지하는 대히트작이 되었고, 훗날 슐츠는 이를 “내가 저지르지 않은 최고의 실수”라 불렀습니다. 현장의 파트너가 ‘내 회사’라 여겼기에 흘려보내지 않고 끝까지 키운 아이디어였습니다. 성장은 위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에게서 올라온다는 걸 보여준 장면입니다.

    위기 앞에서 지킨 것 — 2008년의 선택

    성장은 늘 순탄하지 않습니다. 2008년, 무리한 확장과 금융위기로 스타벅스는 흔들렸습니다. 경영에 복귀한 슐츠는 놀라운 결정을 내립니다. 미국 전역 7,100개 매장을 3시간 반 동안 닫고, 13만 5천 명의 바리스타에게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다시 가르친 것입니다. 하루 약 600만 달러의 매출을 포기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는 이 선택을 “스타벅스가 다시 사명 중심의 회사가 되었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위기일수록 숫자가 아니라 본질(사람과 품질)로 돌아간 것이죠. 이 여정은 그의 책 『온워드(Onward)』에 담겨 있습니다.

    배울 점은 분명합니다. 리더의 진짜 실력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서 무엇을 지키느냐로 드러난다는 것.

    그래서, 대표도 아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저는 솔직한 질문에 부딪혔습니다. 나는 창업자도 대표도 아닌 그저 한 조직의 장(長)일 뿐인데, 어떻게 팀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성장하게 할 수 있을까?

    책이 준 답은 분명했습니다. 주인의식은 “당연히 가져야지”라고 강요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연결해줄 때 비로소 싹틉니다. 그리고 그 연결이 바로 리더의 일입니다.

    리더가 신입 팀원 옆에서 노트북을 보며 코칭하는 모습

    그래서 저는 요즘 1:1 면담에 진심을 쏟고 있습니다. 팀원 각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그것을 패스트파이브 안에서, 나아가 이후 커리어에서 어떻게 키워갈지 함께 그립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과를 갓 졸업한 한 신입은 AI·프로덕트·개발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세일즈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련 미팅에 함께 참여시켜 그 분야 선배들에게 직접 배울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세일즈는 제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니,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상세히 코칭하고요. 이렇게 개인이 최대한 성장할 길과 우리 조직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숫자를 같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대화합니다.

    이 둘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로 겹쳐질 때, 팀원은 비로소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성장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리더의 역할을 다시 배우며

    주인의식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주인의식 갖고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툭 던지는 건 리더의 일이 아니니까요.

    어떻게 하면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잇고, 사람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 그 질문을 붙들고 실제로 실행하는 것. 저는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커피 한 잔의 이야기를 덮으며 다시 배웁니다.

    다양한 팀원들이 유리보드의 계획을 함께 바라보는 모습

    슐츠가 파트너들의 마음을 얻어 스타벅스를 키웠듯, 저 역시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목표를 연결하며 함께 성장하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배우고 나아가려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하워드 슐츠는 왜 직원 복지에 집착했나요?

    7살 때 아버지가 배달 일 중 다쳐 일자리와 의료보험을 동시에 잃고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경험 때문입니다. 그는 훗날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의료보험과 스톡옵션을 제공하며, 아버지가 받지 못한 안전망을 자기 회사 구성원에게 제공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왜 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르나요?

    1991년 도입한 스톡옵션 제도 빈 스톡(Bean Stock) 때문입니다. 주 20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회사 주식을 나눠주며, 단순 고용인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을 함께 나누는 동업자(partner)로 대했습니다.

    프라푸치노는 누가 만들었나요?

    본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남캘리포니아 지역 매니저 디나 캠피언과 현장 매니저들이 1993년 개발했고, 처음엔 CEO 슐츠가 반대했지만 결국 채택되어 출시 1년 만에 전체 매출의 약 7%를 차지했습니다.

    리더가 팀원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요가 아니라 연결이 핵심입니다. 1:1 면담으로 개인이 진짜 원하는 성장 방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조직이 달성해야 할 목표와 겹쳐 놓아야 합니다.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하나로 이어질 때 주인의식이 생깁니다.